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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기획칼럼] 저작권② – 저작권 분쟁의 핵심, 저작물 : 표현에 관하여
작성자 송현  게시일 2017-10-25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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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칼럼 저작권 ②

저작권 분쟁의 핵심, 저작물 : 표현에 관하여

 

법무법인 엘플러스  

하병현 변호사

 

지난 1 호에서는 저작권이라는 큰 숲과 그 숲을 구성하고 있는 나무들에 대해 간단하게 살펴보았다.

이번 호에서는 이러한 나무들 중 저작권 숲을 지키는 든든한 문지기로서의 역할을 하는 ‘저작물’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다.

 

어떤 콘텐츠에 저작권이라는 권리가 발생하려면 그 콘텐츠는 저작권법에 의해 보호받을 수 있는 저작물이어야 한다. 이를 뒤집어서 얘기하면, 어떤 콘텐츠가 저작물이 아니라면 애초에 거기에는 저작권이라는 것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말이 된다.

 

이러한 논리는 저작권 사건에서 저작권 침해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방어자의 반박논리로 자주 이용되는데,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저작물의 개념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저작권법은 저작물을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즉, 저작물이 되기 위해서는

① 인간이 만들어야 하고

② 표현되어져 있어야 하며

③ 창작성이 있어야 한다. 이 세 가지 요건들을 모두 만족해야만 저작물이 된다. 따라서 이 중 어느 하나라도 흠결이 생기면 그것은 저작물이 아니게 되고, 그 결과 거기에는 저작권이라는 것이 발생하지 않게 된다.

위 요건들 중 ‘인간이 만들어야 한다’는 요건은 실무적으로 볼 때 그다지 중요하지는 않기 때문에 이번 호와 다음 호에서는 저작물이 되기 위한 나머지 두 요건 즉, ‘표현’과 ‘창작성’에 대해서만 알아보도록 하겠다.

 

먼저 어떤 콘텐츠가 저작물이 되려면 그것이 구체적으로 ‘표현’되어 있어야만 한다.

표현이 아닌 단순한 아이디어는 그것이 아무리 창작성이 있더라도 저작물이 될 수가 없다. 그런데 실제 사건에서 ‘표현’과 ‘아이디어’를 구분한다는 것은 생각만큼 쉬운 일이 아니다.

때문에 이를 위해서는 여러 저작권 사례에서 법원이 표현과 아이디어를 어떻게 구별하고 있는지를 유심히 살펴보는 것 이외에는 별다른 방법이 없다.

 

예를 하나 들어보자.

A가 창작한 캐릭터와 B가 만든 캐릭터는 모두 머리가 크고 몸이 작은 모양을 하고 있고, 그 구체적인 디자인은 서로 다르다.

이러한 상황에서 A가 B를 상대로 구체적인 디자인이 유사해서가 아니라 B의 캐릭터가 A의 캐릭터와 같이 머리가 크고 몸이 작은 모양을 하고 있다는 이유로 저작권 침해를 주장한다면, B는 어떻게 방어하면 될까?

 

캐릭터의 머리가 크고 몸이 작다는 것은 구체적인 표현이 아니라 아이디어에 불과하고, 이러한 아이디어는 저작권법상 보호받을 수 있는 저작물이 아니라고 반박하면 될 것이다. 즉, 머리가 크고 몸이 작다는 것은 단지 머리와 몸의 비율이 정상적인 인간이나 동물의 그것과는 다르다는 것을 의미할 뿐 이를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은 무한대로 펼쳐져 있기 때문에, 캐릭터의 머리가 크고 몸이 작다는 것 자체는 구체적인 표현이 아니라 일종의 관념 즉, 아이디어에 불과하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아이디어는 최소한 저작권법적으로는 누구든 이를 자유롭게 이용해서 구체적인 표현으로 현출해 낼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아이디어가 제아무리 비슷해도 외부로 드러나는 표현이 다르다면 저작권 침해는 절대 일어나지 않게 된다.

 

다시 말해, 아이디어는 저작물이 아니므로 거기에는 저작권이라는 것이 생기지 않는 것이고, 그래서 아이디어가 비슷해도 저작권 침해는 발생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보통 이러한 아이디어는 소설이나 시나리오 등과 같은 어문저작물에서는 소재나 주제로 나타나고, 미술저작물에서는 원근법 등과 같은 미술기법이나 피사체의 선택 등으로 나타난다.

 

만일 아이디어에 저작권을 부여하게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이럴 경우, 앞서 본 예에서 누군가 ‘머리가 크고 몸이 작은 모양’이라는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그림을 먼저 그리게 되면, 그 이후에는 구체적인 표현이 아무리 달라도 그 사람의 허락 없이는 그 누구도 머리가 크고 몸이 작은 모양의 그림을 그릴 수가 없게 되는 불합리한 결과가 발생한다.

 

이와 같이 아이디어 자체에 저작권을 주게 되면 다른 사람들이 그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해서 표현할 수 있는 수많은 창작의 기회를 앗아가게 되고, 이는 곧 문화와 관련 산업을 향상 발전시키고자 하는 저작권법의 목적과도 배치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것이 표현에 해당하는지 또는 아이디어에 해당하는지를 구분하기가 곤란한 경우에는 그것에 저작권을 부여하는 것이 불합리한 결과를 초래하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해도 무방할 것이다. 즉, 어떤 것에 저작권을 부여하는 것이 불합리한 결과로 이어진다면 그것은 아이디어라고 보면 되고, 그렇지 않다면 표현이라고 보면 될 것이다.

 

저작물의 요건인 ‘표현’과 관련해서는 이러한 것 이외에도 훨씬 더 많은 이야기가 있지만, 이번 호에서는 이것으로 마무리하고, 다음 호에서는 저작물이 되기 위한 또 하나의 요건인 ‘창작성’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다.

 

 

 

 

필자 하병현

저작권에 관한 풍부한 경험(한국저작권보호원 저작권 OK 자문위원, 저작권 공정거래 및 침해예방 지원단,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출판산업종합지원센터 자문위원 등)을 바탕으로 저작권 관련 단체, 대학교 및 일반 기업 등에서 강의를 하고 있으며, <미술과 저작권> 포함 총 6권의 저작권 시리즈와 <김영란법 사용설명서>등 을 집필했다. 현재 대한변호사협회 검사평가특별위원회 위원과 중소기업중앙회 청렴 옴부즈만 위원 등 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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